연구성과

POSTECH, 융합연구로 과학 패러다임을 바꾸다

2020-08-31 1,653

[기계공학과 조동우·창의IT융합공학과 장진아·생명과학과 신근유·창의IT융합공학과 정성준 교수,
바이오프린팅 및 오가노이드 연구로 세계를 선도하다]

인공장기 개발을 향한 노력은 1970년대 줄기세포 연구로부터 시작돼 2000년대 3D 프린팅기술과 만나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탄생시키며 본격적인 가속화에 접어들었다. 3D 바이오프린팅은 살아 있는 세포를 활용한 바이오잉크를 3D 프린팅처럼 층층이 쌓아 올려 각막, 간, 피부, 혈관 등 인공장기를 만들어낸다.

이 기술은 이제는 먼 미래 얘기가 아니다. 이미 2013년 미국 바이오프린팅 업체인 오가노보(Organovo)가 인공 간을 제작했고, 2016년 중국 레보텍이 원숭이의 지방층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로 인공혈관 제작에 성공했다. 같은 해 국내에서도 포항공과대학교(이하 POSTECH)가 세계 최초로 인공 근육을 제작해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처럼 미국, 중국 등 해외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3D 바이오프린팅을 통해 인공장기를 생산하려는 움직임은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POSTECH은 국내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인공장기 개발 분야의 선두주자다. 조동우 POSTECH 기계공학과 교수가 국내 미개척 분야였던 3D 바이오프린팅 시장의 기반을 닦았고, 그 뒤를 이어 장진아 교수 등 후배 연구자들이 기술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신근유, 정성준 교수 또한 오가노이드 개발에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접목하며 신산업의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바이오프린팅으로 연결돼 각자의 영역에서 융합을 꾀하며 ‘혁신’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그들을 만나 바이오프린팅 기술에 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인공장기의 길을 열다…국내 3D 바이오프린팅 개척자 ‘조동우 교수’

20년 이상 3D 프린팅을 연구해온 기계공학과 조동우 교수는 3D 프린팅을 ‘바이오메디컬’에 적용하며 국내에서 최초로 3D 바이오프린팅 분야를 개척한 인물이다.

1970년대 중후반부터 시작된 인공장기 연구가 전자·기계·소재 분야의 융합으로 장기의 기능을 대신할 수 있도록 설계된 ‘대체 장치’의 개발이었다면 조 교수가 연구하는 분야는 실제 세포로 조직·장기 자체를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일반 소재가 아닌 살아있는 세포를 직접 프린팅해 3차원 구조를 만들고 이를 배양해서 인체에 적용 가능한 조직·장기를 만든다.

바이오프린팅 기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바이오잉크’다. 바이오잉크는 세포를 보호할 수 있는 하이드로젤(hydrogel)에 탑재한 것인데, 일반적으로 콜라젠(collagen)이나 알긴산(alginate) 등을 많이 사용하지만 이는 조직이나 장기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단점을 갖는다.

그래서 조 교수는 각 조직이나 장기의 세포 환경을 재현해 주기 위해 프린팅하고자 하는 조직·장기를 돼지로부터 확보해서 탈세포화 한 후, 이를 바이오잉크로 만들고 이를 ‘조직유래바이오잉크(tissue specific bioink)’라고 명명했다.

인공장기는 환자에게 이식했을 때 장기가 제 기능을 해야 하고, 면역거부반응 등 환자에게 치명적인 부작용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기존 인공장기는 생체와는 다른 이물질이기 때문에 다양한 부작용 가능성이 존재하며 내구성이나 전원공급 등으로 인한 복잡함이 상존한다. 반면 조직유래바이오잉크를 이용해 만든 인공장기는 실제 환자 본인의 세포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고, 환자 몸의 일부로 생착해 성장할 수 있다.

이처럼 조 교수의 조직유래바이오잉크는 3D 바이오프린팅의 가능성을 한 차원 높이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척했다. 지난 8월에는 미국화학회가 발간한 이공계 분야 세계 최고 학술지인 케미컬 리뷰(Chemical Reviews)에 조직유래바이오잉크의 개발과 응용에 대한 논문이 비중 있게 다뤄졌다. 이 학술지는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는 주제를 선정해, 세계 최고 연구자에게만 투고 기회를 부여한다. 조 교수와 POSTECH 연구진의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는 일이다.

환자에게 적용되는 인공장기는 현재까지는 골조직에 제한돼있다. 심장, 간, 신장 등과 같은 복잡한 구조를 가져야 하는 장기들은 아직 연구 단계이고 실제 임상에 적용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모든 장기와 조직을 프린팅하는 것이 조 교수 연구의 최종 목표다.

조 교수는 “다른 기술로는 도저히 치료할 수 없는 환자, 예를 들어 암 수술 때문에 광대뼈를 제거한 환자에게 3D 프린팅으로 만든 구조물을 이식해서 정상인처럼 보이게 되었을 때, 기뻐하던 환자의 부모님과 환자의 표정이 기억에 남는다”라며 뿌듯했던 경험을 회상했다.

세계 최초 바이오잉크 개발, 세계 최초 3D 프린트 이용한 인공 근육 프린팅 성공, 세계 최초 인공 각막 이식 성공, 인공 코나 뼈, 치아는 물론 혈관 제작 성공…… 조 교수의 행보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역사가 되고 있다. 그의 다음 행보가 주목받는 이유다.

◆ “3D 바이오프린팅 공정 기반 닦았죠”…바이오잉크 재료 개발해 온 ‘장진아 교수’

조동우 교수의 뒤를 이어 3D 바이오프린팅 분야에서 거대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창의IT융합공학과 장진아 교수 역시 국내 3D 바이오프린팅 분야의 개척해나가는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가 생각하는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의 현재 역할은 간이나 췌장 등의 조직과 장기 자체를 만들어 완전하게 기존 장기를 대체한다는 개념보다는 그것들의 일부 기능을 복원해 이식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을 적어도 5년에서 10년 정도 늘려줄 수 있는 ‘중간자’의 역할이다.

2010년 대학원을 진학하며 조동우 교수와 함께 ‘리더연구자지원사업’을 통해 바이오프린팅 연구를 본격 시작한 장 교수가 가장 먼저 한 일은 3D 바이오프린팅의 공정개발이었다.

신장조직이나 각막 등 어느 하나의 장기를 타겟팅 해 프린팅하겠다는 목표를 세울 때, 돼지에서 유래한 조직을 사람 세포와 혼합하게 되는데 이때, 돼지 세포들을 제거해 나가는 탈세포화 과정을 통해 프린팅이 가능한 상태로 만든다. 기존 바이오프린팅 재료로 뽑히는 콜라젠, 알긴산은 단일재료로 세포가 좋아하는 환경이 한가지라면 이처럼 탈세포화 된 재료들은 세포가 좋아하는 환경이 수천, 수백 개가 섞인 혼합물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탈세포화 된 재료들을 인체에 적용하게 되면 더 많은 종류의 성장인자를 오랜 기간 체내에서 지속적으로 배출할 수 있도록 조직이나 장기의 기능을 온전히 복원하거나 강화시켜줄 수 있다. 다시 말해, 기존 바이오프린팅 재료보다 성능이 뛰어나고 기능을 잘 할 수 있는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도록 탈세포화를 통한 프린팅 재료로 만드는 ‘환경’을 만드는 연구인 것이다.

장 교수는 “바이오잉크가 예전에는 제한된 소재로만 만들어져 바이오프린팅에서 한정된 재료로만 사용됐는데, POSTECH의 연구는 조직이나 장기가 인체에서 더욱 잘 적응하고 분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다양한 바이오잉크 재료를 개발했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3D 바이오프린팅 연구를 시작한 이래 장 교수는 연골, 지방, 심장에서 출발해 인체 대부분의 조직과 장기를 탈세포화 과정을 거치며 바이오프린팅 공정을 테스트 및 개발해왔다. 흔히 말해 손톱과 발톱을 제외한 모든 인체 조직을 프린팅하며 연구해 온 셈이다.

아쉽게도 이미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규제가 완벽하게 준비돼있지 않아 임상에 직접적으로 적용된 사례는 극히 일부다. 이에 장 교수는 병원, 기관, 기업과 협업으로 임상 규제에 관련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발된 기술이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중간매개 역할을 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면서 “이런 것에 보람을 느끼며 실생활에 적용될 수 있도록 상용화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바이오잉크를 활용한 인체조직의 프린팅 기술의 수준도 아직까지 손톱 사이즈에 불과하다. 장 교수는 이 또한 조금씩 그 영역을 넓히면서 미래에는 조직과 장기 자체의 이식을 바라보고 있다.

장진아 교수는 “바이오잉크를 적용한 소재를 임상에 적용될 수 있다고 한다면, 진입부터 3년 이내에는 충분히 임상이 가능할 것이라고 한다”라면서 “현재는 일부 기능의 도움을, 머지않은 미래에는 전체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장기를 프린팅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 3D 바이오프린팅 접목한 ‘오가노이드’…신약개발과 환자 맞춤형 시대로의 ‘혁신’ 만드는 ‘신근유 교수’

생명과학과 신근유 교수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오가노이드(organoid) 분야의 리더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 재직 시절 오가노이드 연구를 시작했고, 1세대 오가노이드 연구자로 알려져 있다. 오가노이드란 약 15년 전 등장한 개념으로 줄기세포를 3차원적으로 배양하거나 재조합해 만든 장기유사체로 ‘미니 장기’, ‘유사 장기’라고도 불린다. 인공장기 개발로도 활용되지만 무엇보다 오가노이드의 가장 큰 활용성은 신약개발에 있다.

현재 신약개발의 패러다임은 여러 신약후보 물질을 쥐와 같은 동물실험 거쳐 임상에 돌입한다. 포유류이면서 번식력이 빠른 쥐는 동물실험에 가장 적합한 대상이지만 사람의 유전자나 인체 구조와는 엄연히 다르다. 신약 개발률이 5% 이하에 머무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에 오가노이드는 신약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혁신기술로 작용할 수 있다. 사람과 다른 쥐를 이용해 신약후보 물질을 테스트 하는 것이 아닌 실제 환자의 조직을 배양해 오가노이드로 만들어 테스트해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수만 개의 후보물질을 모두 테스트해보기란 수작업으로 진행돼 오던 오가노이드로는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다는 어려움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오가노이드를 다량 만들 수 있는 공정시스템이 필요하며 이것이 바로 3D 바이오프린팅이다.

신근유 교수는 “오가노이드와 바이오프린팅의 융합은 50년 넘는 신약개발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는 혁신적인 기술”이라면서 “차세대 오가노이드 연구가 이미 시작되었고, 빠른 미래에 현재까지 미니 장기 유사체였던 오가노이드가 미니 장기가 되고 더 발전되면 장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3D 바이오프린팅을 접목한 오가노이드는 더 나아가 환자 맞춤형 치료에서의 혁신도 내포한다. 가령, 종양은 사람에 따라 유전자의 차이가 존재하며 이를 돌연변이라 부른다. 따라서 이러한 돌연변이마다 각기 다른 치료를 하자는 것이 환자 맞춤형 치료의 개념이지만 문제는 환자당 돌연변이의 숫자가 200개 이상으로 너무 많다는 데에 있다. 때문에 어떤 약을 어떤 돌연변이에 적용해야 하는지를 알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환자 개인의 인체조직을 배양해 이를 3D 바이오프린팅으로 다량의 오가노이드를 만들어 환자에게 맞는 약을 찾을 수 있다면 말 그대로 환자 맞춤형 치료의 시대가 열릴 수 있다. 차세대 오가노이드 기술을 이용하면 병원에서 진단과 동시에 한두달 내로 환자에 맟는 약을 선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게 신 교수의 말이다.

그는 “오가노이드와 3D 바이오프린팅으로 신약개발과 환자 맞춤형 치료의 시대에 빠르게 다가갈 수 있다”라면서 “이러한 기술을 바탕으로 환자들의 맞춤형 치료가 빅데이터화 된다면 미래에는 환자가 병원에 방문했을 때 어떤 약을 처방해야 할지 인공지능이 바로 알려줄 수 있는 시대가 반드시 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 암 이질성 분석해 환자 맞춤형 시대로 ‘성큼’…독보적 잉크젯 바이오프린팅 개척자 ‘정성준 교수’

신근유 교수는 오가노이드 대가, 조동우 교수와 장진아 교수는 3D 바이오프린팅의 개척자라면 창의IT융합공학과 정성준 교수는 잉크젯 바이오프린팅의 개척자로 바이오프린팅 분야에서 전 세계적인 입지를 가지고 있다.

전자 회사에서 잉크젯 프린터 개발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프린팅 관련한 외길 연구를 해오고 있는 정 교수는 현재 바이오프린팅 분야와 더불어 전자소자와 회로를 프린팅기술로 구현해내는 인쇄전자 분야, 그리고 이 둘을 다시 융합한 바이오인쇄전자 및 센서 분야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암의 정확한 진단과 맞춤형 의료를 위해서는 암세포 간 유전적 이질성을 정확하게 평가해 활용하는 방법이 매우 중요한 문제로 정성준 교수는 잉크젯 세포 프린팅 방식을 이용해 방광암 모델을 구축하고 이를 이용한 암 이질성을 분석하는 연구를 최초로 수행했다.

정 교수가 독자적으로 개발해오고 있는 잉크젯 기반 바이오프린팅은 세포 하나하나를 개별적으로 조절해 빠르고 정확히 원하는 곳에 위치시킬 수 있다. 세포 이외에도 세포배양액이나 콜라젠 등의 여러 바이오 물질들도 함께 토출이 가능하고 이것을 대면적 3차원으로 패턴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생명공학 분야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그가 개발한 잉크젯 바이오프린팅은 세포 하나를 하나의 ‘well’ 중심에 정확하게 임베딩(Embedding) 시킴으로써 암 이질성을 평가하는 연구, 2종 이상의 다양한 세포를 원하는 디자인으로 2D 또는 3D로 패턴화해 세포 간의 작용을 연구, 원하는 인공조직을 만드는 연구 등이 가능하다.

특히, 그는 실제 환자에서 유래된 암세포를 잉크젯 방식으로 정밀하게 프린팅해 각각을 암 오가노이드로 성장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단백질 및 유전자 발현을 정량적으로 측정하여 이질성을 분석하는 연구를 바탕으로 각 오가노이드에 다른 방광암 치료제의 효능에 대한 차이 등을 평가하며 잉크젯 바이오프린팅의 우수함을 입증해왔다.

정 교수의 이러한 연구는 바이오프린팅 기법을 통해 방광암 모델을 제작하고 각 모델에 따른 암의 이질성을 평가, 분석해 미래 개인맞춤형 정밀 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는 큰 의미를 남긴다.

정 교수는 “잉크젯 바이오 프린터는 종류에 상관없이 모든 세포를 다 프린팅 할 수 있으며 각각의 세포 하나하나를 아주 빠른 속도로 정확하게 원하는 곳에 패턴화 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라면서 “무엇보다 우리기술로 만든 방광암 오가노이드가 실제 환자 암조직의 특징을 모사했다는 것과 인간 체내에서 실험할 수가 없는 다양한 실험을 체외에서 진행할 수 있다는 데에 큰 강점을 갖는다”고 말했다.

POSTECH에는 3D 바이오프린팅의 선구자인 조동우 교수를 비롯해 이 분야의 여러 전문가가 함께 모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어느 분야의 연구든 한 연구그룹이 모든 난제를 다 해결할 수는 없다.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생물학, 조직공학, 기계공학, 재료공학, 전자공학 등의 많은 지식과 기술들의 융합이 필요하다. 특히, POSTECH은 학문 분야 간 장벽이 낮아 융합적인 연구를 하기에 아주 적합한 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여러 훌륭한 연구자들이 한 곳에서 함께 연구하며 많은 시너지를 내고 있다. 과학과 기술의 융합, 이것이야말로 혁신을 이끄는 POSTECH의 힘이 아닐까!